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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한달살기 - 사이판

4일차 - 여기가 천국같아!

by 햇살사람 2020. 1. 11.

2020. 01. 11.

사이판에서의 첫 주말.

오늘 일정은 PIC에서의 수영이다.

날이 좋으면 리조트 수영, 비가 오면 극장이었는데 다행히 날이 좋아서 PIC로 결정.

 

여느 날과 같이, 집듣으로 시작한 아침.

눈뜨자마자 집듣이 낯선 우리 아이들은 이 시간을 힘들어하지만, 마틸다와 제니의 영향으로 그럭저럭 이어간다.

승아는 어제 듣던 책 남은 절반만 했지만 내일부터는 하루에 한 권 마무리하기로.

지아는 ORT 4단계 9권을 했다.

나란히 누워서 손가락으로 짚어가며 함께 들었다.

사이판에 와서 좋은 것은, 이렇게 함께 밀착되어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사실이다.

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에 기쁨이 가득 차올랐다.

 

수영장 일정이 12시부터라서 기특하게도 모든 공부를 아침에 마친다고 하여 공부를 급하게 끝내고 나니

이제 슬슬 움직일 시간~

 

이제껏 여기 와서 매일 비가 오락가락했는데 오늘은 하늘이 파랗다.

그래도 구름이 여기저기 간간히 떠다니고 있어서 햇살이 뜨겁지만은 않을 것 같아 다행이다.

 

미들 로드를 달리다 비치로드로 빠져 직진하기만 하면 끝.

사이판의 도로는 아주 간단해서 한국에서 운전하는 사람이라면 적응기간 하루도 필요 없이 바로 운전 가능이다.

혹시 운전이 고민인 여행자라면 괌/사이판은 운전걱정은 하지 말라고 꼭 조언하고 싶다.

 

등교 라이딩을 마치고 집에 올 때 봐 둔 퍼블릭 마켓, 월드리조트, 카노아 리조트를 지나 PIC에 도착.

가라판 위쪽 언저리에 있는 아낙스에서 이 곳, PIC까지 차로 17분 이동거리다.

어딜 가나 가까운 사이판.

한국에서의 시간 개념이나 교통 개념은 이 곳 사정과는 다르다.

사실 지도상으로는 섬 일주의 1/4은 되는 거리는 되는 것 같은데.. 17분이라면.

 

월드리조트를 지나면서부터 달리는 차가 급격히 줄어들었는데 구글맵은 700m가 남았다고 하고.. 

'커다란 건물이 없는데?'

뒷좌석 아이들에게 누가 먼저 PIC를 찾는지, 행운의 주인공은 누구일지 미션을 주고는 조심스럽게 운전하다 보니 표지판도 없이 오른쪽에 Pacific Island Club이라 적힌 건물이 서있다.

그러고 보니 그 앞에는 주차된 차가 즐비하고, 주차장도 차들이 가득하다.

'사이판에서 주차장에 자리를 찾는 이 경험. 새로운데?'

 

PIC에 들어서니, 이 곳이 괌인지 세부인지 모를 기분이었다.

호사스러운 브랜드 리조트는 어딜 가나 비슷한 느낌이다.

바깥 도로에 폐허가 된 건물들이 간간히 보였던 것에 비하면 이 곳 건물은 꽤 깔끔하다.

관리를 잘하고 있는 것 같다.

 

 

 

체크인을 하고, 썬베드에 자리를 잡고, 아이들은 바로 유수풀로 뛰어들었다.

유수풀이 나름 버라이어티하고 속도도 꽤 빠른 편인 데다가 사람들이 바글바글거리지 않아서 여유로운 기분이었다.

튜브에 누워서 하늘을 바라보니 야자나무에 걸린 하얀 구름, 그 위에 파란 하늘이 시야 가득이다.

이 곳이 천국이구나!

옆에 제니와 지아는 재잘재잘 너무 즐거워하고.

나는 아이들이 이끄는 대로 끌려다니며 유수풀을 몇 바퀴나 돌았다.

오후 2시쯤 되니 유수풀 속도가 갑자기 더 빨라지고 군데군데 있는 안전요원이 손님들을 즐겁게 장난스러운 행동을 해대는 모습에 더욱 여유로운 기분이었다.

 

 

 

 

잠시 썬베드에서 허기를 채우고, 이번에는 조금 더 다양한 놀잇감이 있는 넓은 풀장으로 가보았다.

마치 알라딘 주인공이라도 된 듯 매트를 타고 물 위를 나는 슬라이드도 있고, 물 위를 걸을 수 있는 징검다리도 있었다.

분명 지난 10월에도 이런 놀이기구를 무섭다고 하던 지아인데

자기보다 나이가 많지만 덩치가 작은 제니를 위에 태우고 매트 슬라이드를 타고 내려왔다.

배려하는 마음이 예쁜 아이.

물을 먹으면서도 언니를 보호해주는 모습이 안쓰럽기도 하고 대견스럽기도 했다.

이렇게 타지에 아이들과 밀착되어 지내다 보면 내 아이가 어떤 아이인지 더 자세히 보인다.

게다가 다른 아이들과 함께 사는 이번 여행은 더더욱 그렇고.

아마 집이었으면 요즘에도 하루에 한 번은 아이들에게 화를 내며 지냈을 터인데, 이렇게 늘 칭찬하고 아주 작은 좋은 점과 잘한 점도 칭찬해줄 수 있는 이 시간들이 축복이다.

돋보기 같은 눈으로 미세한 칭찬거리도 찾아서 아낌없이 칭찬해야지.

이 아이들 뒤에 내가 짱짱하게 있어주는 게. 세상 그 누구도 아닐 때에도 나만은 내 편이 되어주는 게.

내가 이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니까.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는 퍼블릭 마켓 옆 주차장에서 잠시 선셋을 구경했다.

하늘 향해 힘껏 날아오른 아이들 사진에서 아이들의 자유로움이 한껏 느껴진다.

 

아이들이 즐거운 모습을 보며 조용히 미소 짓는 밤.

감사한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