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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 사람, 하정우

by 햇살사람 2019. 11. 2.

하정우 글, 사진. 문학동네.

 

사실 제목을 처음 보았을 때. 가벼운 책일 것이라 생각했다.

하정우라는 배우에 대해. 굳이 나누자면 호감쪽이지만 사실 크게 관심은 없는 상태였고.

그냥 그 이름 앞에 붙은 "걷는 사람"이라는 수식어가 끌렸을 뿐이었다.

마침 걷기에 관심이 생겨 하루에 조금이라도 가능하면 더 걸으려고 애쓰던 시기여서였을까.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손길이 끌렸다.

 

표지에 하정우의 사진은 멋있었다. 파란 하늘과 적당히 찡그린 표정.

그 배우에 대해 평소에 가지고 있던 이미지 그대로의 사진이었다.

 

책을 덮은 지금,

하정우라는 배우의 매력에 푹 빠졌다.

이전엔 호감이었다면 지금은 호호호감정도.

비단 하정우라서라기보다는 어떤 존재에 관심을 갖고 들여다보면 애정이 생기게 마련이지만,

이 사람은 인간적으로 애정을 갖고 바라볼 수 있는 의식과 삶의 태도를 가지고 있었다.

 

걷기라는 취미에(취미라고 단정짓기엔 그의 인생에 걷기가 차지하는 의미가 상당히 커서 이 단어가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뉴욕에서도 전시를 할 정도의 작품세계가 있는 화가로서의 생활, 그리고 배우, 감독.. 이 모든 것을 충실히 하기 위해 그는 더 열심히 걷는다.

아마 그가 말하는 "걷다"라는 의미는 한가롭게 유유히 걷는 것보다는 조금 빠르게 걷는 것을 말하는 것 같다.

걸으면서 세상을 느끼고 바라보고, 내 세포안에 하나씩 채우면서 지나가는 풍광을 사진처럼 내 마음에 담는 것을 좋아하는 내가. 그가 걷는 것의 즐거움과 기쁨과 당위를 주장하는 글에 공감하지 않는다면 그것이 이상한 일일테지.

 

책을 넘기면서 나는 자꾸만 더 걷고 싶어졌다.

밤에 책을 읽다가 나가서 아파트를 한 바퀴 돌고 오기도 했고.

야심한 밤인 경우에는 그 기분을 고이 간직했다가 다음날 퇴근하자마자 트레이닝복으로 갈아입고 현관을 박차고 나서기도 했다.

 

걷는다는 단순한 행위가 내 삶을 더 나 답게, 풍요롭게 해준다는 것을 나는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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