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우 글, 사진. 문학동네.
사실 제목을 처음 보았을 때. 가벼운 책일 것이라 생각했다.
하정우라는 배우에 대해. 굳이 나누자면 호감쪽이지만 사실 크게 관심은 없는 상태였고.
그냥 그 이름 앞에 붙은 "걷는 사람"이라는 수식어가 끌렸을 뿐이었다.
마침 걷기에 관심이 생겨 하루에 조금이라도 가능하면 더 걸으려고 애쓰던 시기여서였을까.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손길이 끌렸다.
표지에 하정우의 사진은 멋있었다. 파란 하늘과 적당히 찡그린 표정.
그 배우에 대해 평소에 가지고 있던 이미지 그대로의 사진이었다.
책을 덮은 지금,
하정우라는 배우의 매력에 푹 빠졌다.
이전엔 호감이었다면 지금은 호호호감정도.
비단 하정우라서라기보다는 어떤 존재에 관심을 갖고 들여다보면 애정이 생기게 마련이지만,
이 사람은 인간적으로 애정을 갖고 바라볼 수 있는 의식과 삶의 태도를 가지고 있었다.
걷기라는 취미에(취미라고 단정짓기엔 그의 인생에 걷기가 차지하는 의미가 상당히 커서 이 단어가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뉴욕에서도 전시를 할 정도의 작품세계가 있는 화가로서의 생활, 그리고 배우, 감독.. 이 모든 것을 충실히 하기 위해 그는 더 열심히 걷는다.
아마 그가 말하는 "걷다"라는 의미는 한가롭게 유유히 걷는 것보다는 조금 빠르게 걷는 것을 말하는 것 같다.
걸으면서 세상을 느끼고 바라보고, 내 세포안에 하나씩 채우면서 지나가는 풍광을 사진처럼 내 마음에 담는 것을 좋아하는 내가. 그가 걷는 것의 즐거움과 기쁨과 당위를 주장하는 글에 공감하지 않는다면 그것이 이상한 일일테지.
책을 넘기면서 나는 자꾸만 더 걷고 싶어졌다.
밤에 책을 읽다가 나가서 아파트를 한 바퀴 돌고 오기도 했고.
야심한 밤인 경우에는 그 기분을 고이 간직했다가 다음날 퇴근하자마자 트레이닝복으로 갈아입고 현관을 박차고 나서기도 했다.
걷는다는 단순한 행위가 내 삶을 더 나 답게, 풍요롭게 해준다는 것을 나는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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