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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50. 아몬드.

by 햇살사람 2019. 8. 7.

 

아몬드.

손원평, 창비

 

알렉시티미아.

정서장애의 일종으로 아동기에 정서발달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거나 편도체가 선천적으로 작은 경우 생기는 질환이라고한다. 감정 표현 불능증.

 

사회면 기사를 보면 종종 감정이 있는 사람이라면 어찌 저런 일을 저지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그런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이 이 증세일까.

소시오패스, 사이코패스같은 말로 종종 동일시되기에 두려움을 먼저 가지고 책장을 펼쳤다.

아마 주변 지인, 그것도 마음이 잘 통하는 지인 두 명의 각기 다른 추천이 있지 않았다면.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베스트셀러에 꽂힌 걸 보지 않았더라면 관심이 없었을 것 같은 책이다.

 

사실 아몬드가 편도체를 의미할 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게 사실이기도 하고.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콩닥거렸다. 심장이 쫄깃해지는 기분.

뭔가 사건이 제대로 터질 것만 같은.

나의 선입견과 달리 감정이 없는 사람들이 모두 난폭한 것은 아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알았다.

내가 생각지 못한 편견을 내가 가지고 있었다는 걸.

감정이 없어서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도 있지만 감정이 없는 사람이 모두 나쁜 마음을 먹지는 않는구나라는 걸.

 

주인공 윤재는 선천적으로 편도체가 작게 태어나 잔인한 모습을 봐도 심지어, 눈 앞에서 사람이 죽어도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감정이 풍부한 편이라 "감성적이시네요."라는 말보다 "이성적이시네요"라는 말이 더 좋은 나는, 하지만 그래도 어떤 순간에는 결구구 나는 이성적인 면보다 감성적인 면이 더 도드라지는 사람이구나 라는 걸 느끼는 나는. 어느정도는 윤재의 무미건조함이 부럽기도 했다.

마치 주인공 곤이가 윤재를 부러워하는 것처럼.

 

인간이 인간다움은 무엇일까.

인간성을 가진다는 것은.

공감한다는 것, 타인과 소통한다는 것.

인간관계에서 많은 생각을 하는 요즘 이 책을 읽고 이런 것들에 대해 생각해봤다.

 

끝까지 마음이 평온하지 않았지만, 결국 마지막 페이지는 미소로 마무리지었다.

 

59쪽.

-태어나줘서 고마워.

엄마가 내 손을 조물거리며 덧붙였다. 생일 축하해. 태어나 줘서 고마워. 어딘지 식상한 표현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말을 해야 하는 날들이 있는 거다

 

132쪽.

할멈의 표현대로라면, 책방은 수천수만명의 작가가 산 사람, 죽은 사람 구분 없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인구 밀도 높은 곳이다. 그러나 책들은 조용하다. 펼치기 전까진 죽어 있다가 펼치는 순간부터 이야기를 쏟아낸다. 조곤조곤, 딱 내가 원하는 만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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